순례자의 길을 걸었다고 순례자인가. 아니다. 물론 아니다. 그러나, 정말 아닌가. 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가.
오로지 형이상학적 샤유만 ? 아니다.
첫날엔 내 몸을 나 자신도 알 수 없어 물갈이 배탈나면 어쩌지, 화장실은? 어디서 뭘 먹지? 오늘은 어디까지 걷지 ?
내 느린 걸음으로 해낼 수 있을까. 오른 쪽 무릎 다친 것 영영 못쓰게 되서 귀국하게 되는 건 아닌가.
그렇게 되도 할 수 없지... 내가 여기까지 와서 이런 생각하며 걷고 있다니 하며 걸었다.
다른 날도 비슷한 생각하며 걸었다.
3일 째 되던 날, 사람 많은 관광지 Carrion de los Condes의 분위기가 싫어 오후 3시경부터 17Km를 더 가서 작고 아늑한 마을에 도착했던 날. 해지기 전에 다음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까 두려워하며 걷던 길. 가도가도 끝 없이 펼쳐지는 탁 트인 경치를 음미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다행히 사진을 찍긴 찍어두었었다. 도착했을 때의 안도감이란. 브라질 출신 직원이 계산해 보더니. 그날 44Km 걸었다고. 자갈이 제일 많은 길이었다. 밤엔 다리가 찌릿찌릿했다.
* 사진 촬영시간 = 사진 아래 표시된 Exif 정보 중, 시간에서 3월엔 -8시간, 4월엔 -7 시간이 현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