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길 걷는 기분이란... 아니, 오를 땐 멧토끼 발자국이, 내려가는 길엔
새 발자국이 많았다. 방향표시 안내판은 잘 설치 되어 있었다.
가리산 자연 휴양림 매표소 아저씨 권유대로 주차장 오르는 눈길이 미끄러워 매표소 바로 앞에
주차 - 등산로 입구 오른 쪽 길 - 정상 - 반대 방향으로 하산 - 매표소 입구.
보통 4시간 30분, 남보다 느린 나는 4시간 50분. 날라다니는 부부를 봤는데 그들이라면 반의 반
도 안걸릴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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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입구 지나 매표소에 주차.
매표소와 주차장은 가까웠다. 주차장 옆 길, 눈에 그려진 자국이 재미있다.
주차장 지나 등산로 입구. 등산로가 둘. 안내판에 산행 시간이 써 있는 경우는 처음 본다.
오른 쪽은 4시간 반. 왼쪽 3시간. 3시간은 너무 아쉽다. 오른 쪽으로 간다.
길은 초입만 가파르고 폭신한 눈 덮힌 낙엽 쌓인 흙길을 산책하듯 걸었다.
올려다 보면 온통 갈색 천지.
내려다 보면 눈.
옆으로 둘, 세로 둘씩 찍힌 발자국이 자주 보였다. 우리나라의 산에서 볼 수 있는 동물 발자국이
그려진 등산용 손수건을 꺼내보니 멧토끼 Korean Hare임이 분명하다.
가운데가 정상. 사진엔 둘만 보이지만 봉우리가 셋이다.
드디어 능선이 보인다. 능선에 오르자 바람이 조금 강해진다.
안내판 방향대로 가면 별 어려움이 없다.
정상을 바라보며
정상을 바라보며 계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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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정상 바로 아래. 나무가지에 매달려있는 많은 산악회 리본이 다소 비장해 보였다. 엄청
가파르고 낑- 낑거려야 오를 수 있는 급경사 벽이 있었다. 위험구간이 표시된 지도에 노약자는
오르지 말라는 경고문이 써있다.
눈에 버무려진 등산화 바닥 때문에 저 발판은 무척 미끄러워 아찔했다. 진작 아이젠을 신었어야
했다. 얼마나 용을 썼던지 하루 지난 지금까지 몸이 욱씬거린다.
잠시 숨을 고르고 아이젠 신으니 한결 편해졌다.
그래도 이런 길이 가끔 있어야 재미있다. 전에도 한 번 썼듯이 낡은 나이에 어디서 대롱대롱 매
달려 낑낑거려 보겠는가.
드디어 정상. 바람도 강하지 않고 사람도 없어 여기서 점심.
아쉽지만 내려가야 한다. 반대편으로 간다. 아까 그 길을 다시 내려갈 엄두가 안났는데 이럴 때는 둥굴게 돌 수 있는 코스가 고맙다.
내려가는 길도 좀 험하다.
숨고르며 올려 보기.
마지막 급경사벽. 저 발판이 미끄러웠다. 테두리만 있는 편이 좋을 텐데.
너무 성급하게 아이젠을 벗어 버렸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미끄러운 길이 많이 남아 있었다.
뒤돌아 보기. 이쪽 방향에서 보는 정상이 더 멋있다. 반대 쪽은 혹이 셋 달려있는 듯한 모양새가
좀 그랬다.
이런 분위기, 계곡길 예감.
뒤돌아 보기.
뒤돌아 보기.
또 둘아 보기. 역광 사진 좋아서.
옆.
앞.
계곡이 나온다.
다 내려왔다. 늘 그렇다. 뿌듯하지만, 아쉽다.
다시 서울로.
Climbing Mt. Kari, Kangwo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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