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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나쁜 친구





성인군자나 뉴스 시간에 나옴직한 악한을 빼면 보통 사람은 모두 거기서 거기인 줄 알았다. 식구에게 짜증도 내고 가끔 싸우기도 하고. 그러나 내 친구는 5년 동안 함께 지낸 도움이 아주머니에게 단 한 번도 짜증 낸 일 없다고 한다. 아주머니 자신도 의아해서 물어 본 일이 있었다고.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진작에 초월했단다.

며칠 전 자전거를 타다 굳이 위험한 상황에서 추월하는 사람이 있어 뭐라 말한 일이 있었다. 아차, 친구라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이젠 짜증 날 때마다 친구 생각 나게 생겼다. 

내가 이 친구에게 해준 일이라곤 대학교 1학년 수채화 시간에 흐려진 물을 갈아준 일 말고는 없다. 당시엔 왜 그렇게 휴강이나 강의실 바뀌는 일이 많았는지. 휴대폰 없던 시절. 친구 도움이 아주머니 찾아서 그 걸 알려 주는 일 말고는 해준 일이 없다. 마침 근처에 있으면 다행인데 눈에 안 띌 땐 내가 지각하지 않으려면 친구를 그냥 혼자 놔두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지각 좀 하면 어때서. 왜 같이 기다려주지 않았나 후회스럽다.

늘 똑바로 누울 수 밖에 없는 친구 입장이 되어 그렇게 누워 봤다. 밤새도록 한 자세로 누워 있어야 한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강풍 불던 날 밤 창문이 조금 열려있어 한숨도 못잤다고 했다. 아주머니 깨우지. 깨운다고 섭섭해 할 사람도 아닌데.

여름이면 24시간 에어콘 틀 수 없어 덥고 답답하고 온 몸이 갇혀있는 기분이라고 했었다. 소나기 오면 밖에 나가 비를 맞고 앉아있으면 시원해 좋다며 킬킬 웃던 친구. 대나무로 시원한 여름용 휠체어 만들어 줄 것을. 너무너무 후회 된다.

자주 못만났었고 문득 생각나도 친구의 일상에 방해될까 전화도 자주 못하고 지냈었다. 저 쪽 동네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했었다. 습관처럼 여전히 그런 느낌이 든다. 아니지, 이젠 전화할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지.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장은 땅을 딛지 않고 하인의 어깨에서 평생을 보낸다고 했다. 내 친구는 그런 여왕이었나 보다.

이젠 훨훨 날아 다녀라. 어디든 훨헐. 맘껏 훨훨 날아 다녀라.







2010. 12. 7. 19:17 | A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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