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은 몸무게 10분의 1 넘지 말라는 권장사항 대로라면 4.5Kg 이하여야 하지만 아무리 줄여도 7Kg 정도였다. 체격이 작은 사람은 짐꾸리기(
짐꾸리기 총정리 참고)불리하다. 금새 피곤하고 어깨가 아파 자주자주 쉴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크로스로 맨 작은 카메라 가방 때문에 그쪽 어깨가 더 아팠다. 열흘 이상 걷고나서야 이유를 깨닫고 목에 걸었다. 나를 대신한 배낭사진들.
3월 31일 세쨋날, Calzadilla de la Cueza 도착 직전. 공포스러웠던 들판. 무슨 정신으로 사진은 찍어두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공포는 상상력이다. 걷기 시작한지 3 일 밖에 안돼 이런 저런 걱정 때문이었나, 관광지 분위기의 Carrion de los Condes를 벗어나자 젊은 청년들이 탄 차가 고속으로 뒤쫓아와 소리지르고 장난 치고 가서 그랬나. 원래 겁이 많은 난 범죄가 거의 없다고 알고 갔고 대낮인대도 무서웠다. 아무도 없는 길에 갑자기 저 멀리 사람이 둘 보인다. 점점 다가 온다. 칼든 강도면 어쩌지? 난 이제 죽었다. 다행히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연인이었다. 민가가 없는데? 나중에 안 사실. 이나라 사람들 산책 시간은 엄청 길단다. 멀리서 다가 오는 트럭 한 대. 이젠 죽었다. 납치 당해 몽땅 털리게 되나? 건초더미 잔뜩 실고 지나간다.
4월 1일. Sahagun (싸아운이라 발음) 가던 날. 이 나라는 사람들만 어진 게 아니라 개들도 순하다.
4월 2일. Reliegos 가던 날. 피레네를 넘어 걷는 중인 인상 좋은 한국인 부부를 길에서 만남. 한국인이 오는 중이라고 들었다며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다. 메세타 지역엔 쉴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어 있었다.
4월 5일. Astorga 가던 날.
길에서 털퍼덕 앉아 먹고 마시고 쉴 때도 많았다.
쉬고나면 배낭이 가뿐하게 느껴져 다시 씩씩하게 걷는다.
예쁜 흙집.
식목일이구나... 서울 생각났다.
4월 6일. Foncebadon 가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