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고향이라고 어쩌다 내려?가도 성산 일출봉은 오르지 않게 되었다. 이젠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정말 오랫만에 찾았다. 황량함을 좋아하는데 너무 다듬어져 있어 좀 실망했다.
1973 년 대학교 1학년 때 근처 숙소에서 친구들이랑 밤을 지새고 일출 보러 왔을 때가 처음이었다.
1979 년이었나? 혼자 왔었다. 틈만 나면 초보 단소 실력을 뽐내던 시절 분화구 가로질러 그늘진 벼랑 끝에 앉아 불면서 참 좋았다. 여기가 내 자리야.
1989 년 가을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 가족 셋이서 일출을 보러 왔었다.
어머니도 해녀였다. 어머니의 어머니도 해녀였다. 어머니가 치매 걸리기 몇 해 전 2000 몇 년이었더라 단둘이 이곳저곳 거닐다 함께 이곳에 올랐다.
햇볕이 강한 날이면 어머니는 레이스 달린 양산을 썼다. 여성스러운 차림을 좋아하지 않는 (사실 무척 싫어한다.) 나를 볼 때마다 속상해 하셨다.
그런 내가 립스틱을 바르겠는가. 어머니는 알면서 예쁜 핸드백에서 립스틱을 꺼내 나를 향해 들이밀어 보신다. 그럴 때마다 난 고개를 심하게 가로 젓는다.
내가 할머니가 됐으니 어머니는 이곳은 커녕 근처 산책도 힘들어 하는 나이가 됐다.
한국 할배들만 음악을 크게 틀고 다니시는 줄 알았더니 중국 할배들도 꽝꽝거리고 다니신다.
자신이 좋으면 그만인가. 남을 배려 안하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아니구나하며 기뻐해야 하나.
잠시 머물다 간다.
구경하는 사람들과 일하는 사람.
이 사진 건진 걸로 위안 삼기로.
그러거나 말거나 일하는 사람.
잘 있어라 내 고향 제주도야. 이젠 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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