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버이 날이라 어머님 모시는 가족 모임을 큰댁 근처 음식점에서 갖기로 했다.
아들놈이 불참한다더니 식사 시작할 무렵 전화가 왔다. 큰댁에 아무도 없는데 어디냐며.
전화하면서 밖으로 나가봤다. 큰댁에서 작은 골목 나오면 바로 보이는 자리다.
아들놈으로 보이는 녀석이 전화하며 내려오길래 손을 흔들었다. 녀석도 손을 흔든다.
난 음식점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떤 젊은이가 들어와 바로 앞 자리에 앉아 주문하도록 아들놈은 들어오지 않는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한~참 다른 쪽으로 가고 있었다.
손 흔들었던 건 옆에 앉은 그 젊은이였다.
???
2.
8일 낮 볼 일 끝내고 큰댁 가는 버스에서 찍은 사진 제목을 '사 사 사'라고 해봤다.
버스 앞 유리의 가려진 행선지가 그랬고
새 bird 사진 올릴 때 '새 새 새'라는 제목을 종종 쓴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 올리고 늘 하던대로 새로 올라온 사진 카테고리의 글 훑어보다가
전시회에서 뭔가 당한듯한 제목의 글이 눈에 띄어 들어가 봤다.
'아 사 사 사'라는 모임에게 당한 내용이었다.
응원의 글 달고나서 '자게'에서 왔다는 다른 댓글을 보게 되었다.
자게가 뭔지 알기 때문에 오랫만에 가봤다.
부모뻘 이상의 연배에게 할 수 없는
도가 지나치는 욕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피해 당사자가 쓴 글이 아니라서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평생 들은 욕을 합해도 거기에 비하면 미미하다.
내게 향한 말이 아니었음에도
아직도 떨린다.
항의할 일이 공격으로 바뀌고 있었다.
공격을 위한 공격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동안 인터넷 테러에 대한 보도는 접했으나
직접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젊은이들은 고요하기만 한데
마음 속에는 분노심으로 가득했다니.
(마음은 분노하되 드러내지는 마시길, 이라는 글도 봤다.)
어릴 때부터 줄곧 작은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경쟁과 가시적인 세계 위주의 가치관,
원하든 원치 않든 빈번한 폭음과 인스턴트 음식과 해로운 줄 모르고 오랫동안
접했던 수 많은 환경 호르몬, 가학적이고 공격적인 게임.
왕따에 대한 두려움.
그리 될 수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저 그동안 익힌 국어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다양하게
표현했을 뿐일 지도 모른다.
(그들은 '뇐네'가 자신들 cafe 공지글의 맞춤법 틀린 것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아군을 위하는 마음으로 적이 나타났기 때문에 공격을 가했을 뿐일 지도 모른다.
한 두번 합세했을 뿐이므로 혹여 상대방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라도 죄의식은 별로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저 '헐' 하고 말겠지.
상대방이 느끼게 될 감정은 관심 밖이다. 적이기 때문이다.
만 6세 무렵이면 상대방 입장을 헤아릴 줄 알게 된다는데...
일단 적으로 간주하면 무차별 공격하는 위험한 일은 인터넷 상에서는
즉각적이고 간편하기 때문에 익명성에 힘입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따분한데 흥미진진했다는 글도 봤다.)
이번 경우는 '적'이 중년 이상의 노년층이기 때문에 나이를 많이 문제 삼고 있었다.
평소의 감정이 많이 실려있는 것 같았다.
증오심.
왜?
나도 그 또래임으로 앞으로 젊은이들 대할 때 예전보다 더 불편할 것 같다.
여행 중 인사했을 때 못들은 척 외면하면 우리나라 국적이었다.
인터넷 상에서도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이 조심하는 편이다.
쓸 데 없이 먼저 말 걸지 않으려고.
그래서 먼저 말 걸어주면 고맙다.
아는 선배 말로는 나이 안따지는 사람은 '왕 King'의 성향을 가졌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