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5
못 알아보시면 어쩌나 ?
다행히 알아보신다.
늘 하시는 첫 마디. " 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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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그려주기 세 번째.
어머니가 그리는 내 모습은 늘 어릴 때 모습이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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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못찾아 뵈었다.
개인전 끝나 20 년만에 이사를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오랫만의 그냥 하는 이사도 힘든데 집안 구석구석 쌓여있던 20 년 동안의 습작과 작품을
모두 정리해야했기 때문에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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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핑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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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이 바뀌어 있었다.
이 문제는 내겐 권한이 없다.
예전 요양원은 아무 때나 방에 들어갈 수 있어 좋았는데
좁다란 면회실에서만 만나야 하니 좀 불편했다.
지지난 번에 방문할 때부터 시작했던 서로 그려주기를 했다.
늘 보라색이나 붉은 계열의 색을 고르던 분이
사흘, 세 번 다 밤색이었다.
내면에 깊이가 더해진 건가.
아니면 자존감이 떨어졌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나.
유심히 살펴 보니 전자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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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날엔 방에 들어가게 해주었다.
글 쓰기를 좋아하는 분인데 쓸만한 공책이 없어 보였다.
작은 수첩에 글이 빽빽하다.
다른 딸들 이름은 있는데 섭섭하게도 내 이름만 없다.
그 딸들은 모두 제주시에 살고 있으니 자주 찾아 뵙겠지?
물어보니 아무도 안온단다.
치매환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수첩에 마음 아픈 귀절이 나왔다.
"ㅇㅇ야, 커피가 떨어졌다. 올 때 사왔으면 좋겠다 . "
밭에서 일하다가도 중간에 커피를 마시러 들어오곤 하셨었다.
마시고 나서 다시 텃밭에 가시기 전 머리 손질하시고 립스틱 바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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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커피를 무척 좋아한다.
까다롭게 최고의 맛을 따지며 마실 정도는 아니지만 무척 좋아한다.
만약 내가 종일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된다면??
무척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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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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